이처럼 소비자 개인에게 있어서 사건과 사물은 사실 그 자체가 아닌 주관적인 의미로서 받아들여지며 이야기(story)로 자리 잡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은 단순히 사건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며(telling) 새로이 각색되어 의미를 더해가는 것이다.
원래 스토리텔링은 문학 용어로 말 그대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혹은 구전을 말하는 것이다. 즉 사건과 사물에 대한 사실 보도(report)가 아닌 인물과 사건에 대해 이야기로 지어서 말하는 것으로, 마케팅에서도 상품에 대해 이와 관련한 인물이나 배경 등을 설명하는 기법이다. 또한 스토리텔링은 이야기(story)+나누기(telling)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말로 ‘사건이나 사실에 대한 의사소통’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미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이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상품의 기능을 따분하게 설명하는 내용 중심 광고나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이미지 광고와 같은 의사소통과는 차이가 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상품 그 자체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담겨 있는 의미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제시’함으로서 몰입과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의사소통이다.
여기서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한 광고 한 편을 소개해 보자.
원래 박카스는 카페인과 타우린이 주성분인 의약품 드링크로서 효능효과가 피로회복이다. 그러나 1993년부터 재개된 박카스의 TV광고는 이전의 ‘활력과 피로회복’이란 제품의 특성을 뒤로 하고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데 집중했다.
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공장근로자, 철도원, 주유소 직원, 택시기사, 수험생, 형사, 농촌부부, 해외건설근로자 등 비록 서민층이지만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내워서 ‘그들이 있어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일관성있게 부각시켰다. 눈을 씻고 봐도 제품의 효능효과를 강조하고 자랑하는 문구는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시리즈 광고가 나가자 많은 소비자들이 광고에 반응하기 시작했고, 매출액도 수배가 뛰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박카스의 제품보다는 그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에 공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에도 박카스는 ‘지킬 것은 지킨다’라는 컨셉으로 그 동안 서브 타겟이었던 젊은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공익성이 짙은 광고를 만들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무미건조한 제품위주의 광고에서 탈피하여 사회적 가치에 대해 소비자들과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가면서 박카스의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는 급격히 상승해갔던 것이다. 마케팅에서 이러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사례들은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마케팅 활동에 이야기(story)를 도입함으로서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즐기도록 하는 감성지향적 마케팅 활동이다. 딱딱하고 상업적인 마케팅에서 인간적인 이야기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며 이성(rational)보다는 감성(emotional)으로, 마음(mind)보다는 가슴(heart)으로 다가간다.
자사의 상품이 소비자로부터 주목을 받고 호감을 사고 선택되고 싶은 기업은 그래서 인간의 감성과 의미에 호소하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