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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20) - 가을비와 코스모스

 

 

가을비와 코스모스

 

1.

 

가을에 내리는 비는 우리 마음을 적요하게 한다
문득 나뭇잎에 덮여있는 먼지들이
깨끗이 사라진 그 환한 풍경

가을의 한 복판에서

코스모스가 핀다

 

어느 길가에든

흔히 피어있는 꽃

혼자 피어 있을 때는
그 아름다움이 감춰져 있는 꽃

우리들 기억 속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는 꽃

낡은 앨범 속에서 찾아낸

코스모스 흑백 사진 몇 장

2,

 

물기를 머금은 꽃봉오릴

너의 얼굴에 터뜨린다

 

툭 소리와 함께

까르르 터져나오는 웃음소리
정지된 기억 속에 멈춰 놓고 싶은
꽃더미 속의 너의 얼굴

약간은 마르고 목이 긴,
창백한 흰 색 혹은 적색의 이미지
가을, 혹은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



3.

 

비 오는 날의 코스모스는 더욱 청초하다
맑고 투명한 기억의 한 복판에서
발견되는 꽃잎 하나

 

의미없는 몇 구절의 렙소디처럼
얼굴마저 까마득한
옛사랑의 이름처럼

묵묵히 내리는 가을비

 

한 무더기의 적색 코스모스들이
맑은 가을빗속에서
그윽히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