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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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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해어진 그물코를 꿰매며
아이들이 바람을 데리고
놀고 있다

아버지는 밧줄처럼 굵은
팔뚝을 걷어올리고

깊은 곳에다
그물을 던지신다

무수히 많은 조개껍질들이
산산히 부서진 채
물거품에 휩쓸려다니고 있고

아버지는
잠못 이루며 뒤척이는 바닷속에
엄숙한 몸짓으로 그물을 던지신다

날선 검처럼 울어대는
미친 칼바람소리에
어부들은 두려워 떨고 있지만

강하고 담대하라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빈 그물은

오늘도 거침없이
깊은 바닷속으로
강인하게 침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