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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69) - 그 꽃자리

 

그 꽃자리

당신이 빛으로 서 계신

그 자리가
내가 꽃처럼
한목숨 피다 질
바로 그 자리입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아니하시는 당신이

 

피 묻은 십자가 위에서

흐린 램프등처럼 

호올로 영혼이 사위어 가던
바로 그 자리입니다

북풍한설이 몰아 칠 때

내가 인동초 한 송이로
피어나고픈 그 자리가
당신이 빛으로 서 계신
지금 그 자리입니다

저녁종이 울리고
마침내 내 영혼이
하늘로 돌아갈 때

빛살 가득한 정원에서
한 송이 꽃으로
다시 피어나고픈 그 자리가

당신이 빛으로 서 계신 
바로 그 자리입니다
찬란한 슬픔의 꽃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