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겨울에는 시를 쓰지 않는다 그와 걸었던 들벚나무 숲속의 시든 안개꽃 몇 묶음의 절망에 대하여 카키색 바바리코트 위로 풀풀풀 흩날리던 몇 가닥의 마른 눈발과 푸른 숲속의 대설주의보에 대하여 우리들의 덧없는 인연에 대하여, 당신이 좋아하던 엘레지風의 젖은 샹송에 대하여 후평동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커피 한 잔의 따스함과
오늘도 그날처럼 몇 가닥의 눈발이 습관처럼 어깨를 적시는데 잘 깎인 연필 한 자루의 추억은 흐린 램프등처럼 묵묵히 빛나고 있다 *************************** 후평동: 강원도 춘천에 있는 동네이름
단지 흔들리는 불빛 아래서
연필로만 시를 썼던
어느 시인의 모습을 생각한다
자욱한 안개에 대하여,
하얗게 구겨져 있는
주머니 속의 원고지 몇 장에 대하여
겨울에는 시를 쓰지 않는다
단지 메마른 빵 몇 조각을 씹으며
허기진 옛사랑을 그리워하던
어느 시인의 모습을 생각한다
오랫 동안 내 마음 속에서
아름다운시100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