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광고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전시회를 보러 갔습니다. 주제는 'I AM SEOULITE'(나는 서울 사람이다)였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경제규모를 갖춘 나라가 되었고, 특히 서울은 88올림픽 이후 전세계 사람들로부터 한강의 기적을 이룬 도시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정도 6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은 날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고, 미국의 뉴욕이나 일본의 도쿄, 프랑스의 파리, 이태리의 로마처럼 세계의 유행을 선도하는 문화적인 도시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나는 학생들의 작품 하나하나를 유심히 바라보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현대적인 서울의 이미지와 아직도 내 마음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전통적인 서울의 이미지와는 큰 괴리감이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나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서울은 초현대적 빌딩의 숲을 이루고 있는 강남의 모습이 아니라 고색창연한 인사동의 모습이거나 고풍스러운 한옥의 숲을 이루고 있는 가회동 부근의 풍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작품을 통해서 시종일관 약동하는 정보화 시대의 상징으로서 서울의 모습을 그려냈고, 또 그들 스스로 그러한 물결에 휩쓸려 '디지털 노마드(유목민)'로서의 삶을 살거나 즐기기를 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수도 서울은 지극히 감각적이고, 예술적이며 정보적인 사람들로만 꽉 채워져 있는 마치 밀림 속의 카멜레온의 서식처 같은 모습으로 새롭게 창조 되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날마다 화려한 변신을 꿈꾸는 서울의 모습을 그려내기 바빴고, 눈부신 디지털 문화의 칩을 내장하고 사는 서울 사람으로서의 눈부신 욕망들이 전시회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수업과정에서의 내 솔직한 심정으로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사는 젊은이로서 전세계 사람들에게 이러한 우리의 뼈 아픈 실상을 솔직히 알려주고, 함께 해결방법을 구하는 눈물 젖은 가슴의 서울 사람들의 모습이길 바랐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간에 우여곡절 속에서 우리는 정보화 시대를 이끌어 가는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서울 사람을 컨셉으로 잡았고, 학생들은 열심히 그 주제에 맞게 작품을 준비해 나갔던 것입니다.
나는 이번 행사를 통해서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의 지도를 펼쳐서 부지런히 삶의 방향을 찾는 기회로 삼아 보기까지 했습니다.
누가 나더러 '너는 누구인가?' 물어본다면 나는 도대체 나 자신을 무엇이라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단 말인가?
세상 속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남들처럼 많은 꼬리표를 달고 삽니다. 숙명적으로 불려지는 이름도 있지만, 대부분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리고 머지 않아 다 사라질 헛된 이름뿐이었습니다.
오늘 모처럼 한가한 시간에 홀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나는 다시 한번 이러한 물음을 나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습니다.
"너는 누구인가..."
커피 한 잔이 다 비워질쯤 돼서야 내 마음속에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 미세하게나마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I AM CHRISTIAN"(나는 크리스천이다)
실로 불가능한 일인 줄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남은 생은 진정한 그리스도 인으로 마감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보람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 기도에 힘 쓰고, 시간마다 하나님 말씀에 목말라 하며, 말씀 대로 살아가는 신실한 크리스천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