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어축제
겨울도 속절없이 깊어
대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
소양호 십리 길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빙어떼들로몸살을 앓고,
사람들은 살을 에는
추위도 잊은 채 그것들을
잡아올리느라 신바람이 난다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산 채로 입에 넣고
아득아득 씹어야
제 맛이 나는데
워낙 작고 여린 것들이라
한 대접을 후딱 먹어치워도
배 부른 적이 없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참혹한 추위 속에서
숱한 빙어들이
정갈한 산제물로 죽어가고
빙어축제가 열리는 내내,
낚시꾼들은 깨끗하고
떳떳하게 살아오지 못한
자신의 삶이 부끄러운지
쓴 소주 몇 잔에
쌉쌀하고 비릿한 슬픔들을
울컥울컥 잘도 삼켜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