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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연일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를 난생처음 겪어 본 사람처럼 무척 견디기 힘든 여름었습니다. 휴가 내내 춘천집에서 '방콕'을 하면서 보냈는데 춘천은 전국에서 가장 무더운 곳으로 집안에 있는 온도계가 무려 35도 4분을 기록한 적도 있었습니다.

예전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고 다닐 때마다 마냥 게으름을 펴대는 그곳 사람들을 보면서 "저렇게 게으르니 못 살 수 밖에 없지"하고 속으로 비아냥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막상 내가 당해 보니까 이토록 무더운 날씨에 무슨 의욕이 생겨 열심히 일 하겠는가 하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어 비로소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100년 후면 우리나라도 중부권까지는 모두 아열대성 기후로 변한다니 세계에서 가장 근면하기로 소문난 우리의 후손들이 동남아시아 사람들처럼 무기력에 빠져 살게 되지는 않을까 짐짓 걱정이 되기도 하는군요.

이런 자연환경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생활 속에서 많은 스트레스와 무거운 짐들을 지고 사는 것 같습니다. 살벌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밤낮 없이 긴장감 속에서 땀 흘리고 노력해야만 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에 참 된 쉼을 얻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어느 정도 적당한 짐이 필요하고, 더구나 남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겐 국가나 사회를 위해 기본적으로 져야할 짐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짐이 아니라 자칫 그 짐을 내려놓아야 할 때 내려놓지 못 하고 끝없이 이고 사는 우리의 어리석은 태도일 것입니다.

우스운 얘기 같지만 진정한 쉼이란 무엇인가를 생각케 해주는 짧은 글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어느날 한갓 진 시골길에 빈 택시 한 대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마침 택시 운전사가 좁은길에서 머리에 짐 보따리를 올려놓고 힘겹게 걷고 계신 할머니 한 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시며 무거운 짐을 이고 가시는 허리도 많이 굽으신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택시 기사는 할머니를 차에 태워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할머니, 택시 요금 안 받을테니 걱정 말고 차에 타세요. "
머뭇거리던 할머니는 마침내 운전사의 간곡한 권유로 차를 타게 됐고, 한참을 차를 몰고 달리던 운전사의 귀에 끙끙앓는 신음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운전사가 백밀러로 뒷좌석을 바라보니 그때까지 할머니는 머리 위에 무거운 짐을 이고, 힘겹게 앉아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하도 우스워 운전사는 할머니에게 이렇게 물었답니다.

"할머니, 왜 짐 보따리를 내려놓지 않으시고 여태껏 머리에 이고 계세요?"
그러자 할머니는 "차 공짜로 얻어 타는 것도 미안한데 짐까지 내려놔서야 쓰나?" 하시더랍니다.

어쩌면 이 할머니의 모습이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요?
쉼표가 없는 악보처럼, 늘 팽팽히 조여져만 있는 바이올린 줄처럼, 우리들의 삶이 안식이 없이는긴장의 연속이라면 산다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것일뿐이지 않겠습니까?

지금 이 시간에도 예수님께선 고단한 삶 속에서 힘들어 하는 우리들을 부르고 계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얼마나 고맙고 눈물 나는 말씀입니까? 예수님께만 다가만 가면 예수님께서우리들의 멍에를 벗기시고 대신 무거운 짐을 져주시겠다니...

벌써 아침 저녁이면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옵니다. 주님께서 값없이 주신 은총이겠지요. 나무들이 열매를 맺고, 알곡이 여무는 이 결실의 계절에 가장 먼저 우리가 해야할 일은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그분 앞에 겸손히 나아가 영적인 쉼을 얻는 것입니다.

주님 안에서 쉼을 통하여 마음의 진정한 평안과 행복을 얻고, 담대한 믿음으로 세상에 나아가  빛과 소금이 되는 우리들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요한 3서 1장 2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