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토) 밤, 겨울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강원도 춘천시 우예주의 집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 김진묵 교수(음악평론가)의 초청으로 세계적인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하우스 콘서트를 감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동안 언론보도에서나 이름을 익혀 온 춘천이 낳은 세계적인 천재 바이올린 연주가를 직접 대면한다는 - 그것도 본인의 집에서 - 기대감 때문에 서울에서 가까스로 잡아 탄 춘천행 오후 열차는 평상시와 달리 설레임으로 가득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음악에는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이번 하우스 콘서트는 어느 대연주장 공연 못지 않게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예주 양의 연주태도는 가히 감동적이라 할만큼 진지했습니다.
팔순이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해박한 클래식 지식에 유머와 위트까지 얹어 관람의 재미를 한껏 고취시켜 주신,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명예관장이자 춘천시 명예시민이신 만화가 신동헌 선생님... 또한 이름 모를 벽안의 외국인 커플...
전혀 권위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던 이광준 춘천시장 부부... 김유정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실 전상국 교수님(소설가)...그리고 진정 음악을 애호하고 예주를 사랑하는 맘으로 가득찬 이웃 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진 이번 하우스 콘서트는 연주가 끝난 뒤에도 예주 양의 부모님이 제공하신 와인을 곁들인 뒷풀이로 새벽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습니다.
우예주(맨하탄 음대 1년)는 11년 전 9살의 나이에 홀로 미국으로 건너 간 후부터 줄곧 세계 클래식 연주계의 샛별로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1999년 루마니아 콘스탄자 내셔날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세계적인 연주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뎠으며, 그 후 11살의 나이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그리고 비에니 압스키 협주곡 제1번을 미국 레이크 플라시드에서 연주한 바 있습니다.
2002년, 우예주는 파가니니의 '무반주 바이올린 기상곡, 작품 1'(전 24곡)을 영산아트홀에서 세계 최연소로 연주하면서부터 클래식계의 신동으로 각광받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에도 그녀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과 협연을 함으로써 무서운 기량을 갖춘 천재 연주자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는 4월 평양에서 열리게 될 우예주 초청 연주회 또한 벌써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하우스 콘서트에서 가장 감명 깊게 들었던 G. Gershwin의 곡은 우예주의 스승인 러시아 마지막 정통 아우어 학파인 알버트 마르코프 교수의 편곡이라 합니다. 존경하는 스승의 곡을 연주하는 예주 양의 정열적인 모습이 창밖의 혹한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이곳에 모인 극성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습니다.
세계 최정상급 바이올린 연주자로 계속 거듭나기 위해 더욱 겸손한 자세로 연습할 것을 다짐하는 예쁜 그녀의 모습에 큰 박수를 보내며 헌신적으로 예주 양을 키워 오신 그녀의 부모님께도 큰 격려와 존경의 마음을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