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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오늘처럼 추운 밤

오늘처럼 추운 밤

오늘처럼 추운 밤,
내 마음이
누울 곳을 찾아 헤매는
떠돌이새 한 마리 품어 줄
따뜻한 둥지가 될 수만 있다면
늦은 밤, 언덕길을 오르며
마주치는 허공 속의 붉은 십자가 앞에서
조금은 덜 부끄러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처럼 추운 밤
내 마음이
갈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 한 마리 품어 줄
눈물 젖은 가슴이 될 수 있다면
이른 아침, 두 손을 얹으며
기도하는 낡은 성경책 앞에서
조금은 덜 죄스러워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