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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75) - 길은 있다 길은 있다 내 삶이 빈 들 같아서 추수할 곡식이 없을지라도 만나와 메추라기로 채워주시는 이 당신의 긍휼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내 삶이 빈 바다 같아서 잡을 물고기가 없을지라도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라 명하시는 이 당신의 은혜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내 삶이 빈 잔 같아서 갈증을 적셔줄 생수가 없을지라도 목마른 자는 다 내게 와서 마시라는 이 당신의 선하심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내 삶이 빈 의자 같아서 찾아오는 친구가 없을지라도 내가 너희와 함께 하리라 하시는 이 당신의 사랑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내 삶이 빈 배 같아서 모진 풍파에 흔들릴지라도 바다를 꾸짖어 잠잠케 하시는 이 당신의 권능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내 삶이 질풍노도 같아서 분노가 나의 영혼을 삼킬지라도 온유한 자에게 복주시길 원하시는 이 당신의 ..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99) - 나무십자가 나무십자가 부드러운 죽순이 꼿꼿한 대나무로 자라나듯 연약한 내 믿음 피묻은 나무십자가 위에서 푸른 댓닢 하나로 돋아나게 하소서 실겠다고 비굴하게 허리를 굽히느니 차라리 올곧은 대쪽처럼 산산히 부서져 죽게 하소서 뿌리는 악착같이 살아남아 새 하늘 새 땅 열리는 날 골고다의 언덕에서 청정한 잎새 하나 매달고 보란듯이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더보기
새벽기도 새벽기도 먼지를 털면 맑은 속살을 드러내는 창문처럼 새벽녘 기도로 깨끗하게 마음을 닦으니 영혼의 옥토에 쏟아지는 햇살이 청명하다 하늘이슬 머금은 꽃들도 더욱 신령하다 아, 이른 새벽부터 천지사방에서 풍겨오는 우리 아버지의 향그러운 땀 냄새 나는 참으로 복 받은 사람 어제 지은 죄 값없이 용서받고 오늘은 또 다시 어린 감람나무처럼 늘푸른 마음으로 온유하게 흔들릴 수 있으니...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100) - 花요일의 落花 花요일의 落花 꽃 한송이 핀다고 봄날은 아니지만 한송이 꽃 앞에서 한량없이 설레는 마음 꽃 한송이 진다고 봄이 간 건 아니지만 떨어진 꽃잎 하나에 안타까이 애달픈 마음 흐르는 세월의 강물 위에 부초처럼 떠돌던 인생길 야윈 어깨를 짓누르는 건 성성한 백발의 무게뿐 그래도 나의 봄날은 설레임과 눈물자국의 향그러운 꽃길 눈 깜짝할 새 목숨꽃 하나 진다 해도 첫사랑 연분홍 꽃망울 틔우면 바람결 고울 무렵 나 그대 영혼의 빈 가지 끝에 花 水 木 사흘만 흐드러지게 피었다 가리라 더보기
매미 매미 넌 아직도 누군가에게 그리운 반쪽이더냐 절반의 사랑 이젠 그만 놓아두고 떠나도 좋으련만 무슨 인연이 그리도 질기고 간절하여 낮달 같이 희미한 그림자 하나 꽉 움켜잡고 그토록 뜨겁게 울고 있느냐 종일토록 목놓아 울고 있느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