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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내 마음의 빈 자리에 내 마음의 빈 자리에 주님이 넘치는 물질 주셨을 때 내 안에 감사가 없었습니다 주님이 넘치는 건강 주셨을 때 내 안에 헌신이 없었습니다 주님이 주신 많은 은사들 내 정욕만을 위해 허비하다가 삶의 길을 잃었습니다 이제 나 병들었고 이제 나 부요치 못하나 주님이 날 위해 흘리신 눈물 내가 보았고 주님이 날 위로하시는 음성 내가 들었으니 이제 나 영혼의 나침반을 주님께로만 향하고 은빛 연어떼가 거친 파도를 거슬러 올라가듯 다시 주님 품으로 돌아갑니다 주님 내 텅 빈 영혼 텅 빈 가슴 텅 빈 두손 주님께 모두 맡기오니 오직 믿음으로 오직 말씀으로 오직 은혜로만 가득 차게 하소서 푸른 올리브나무처럼 모진 비바람에도 상치 않는 참으로 단단한 열매 하나 내 마음의 빈 자리에 가만히 맺게 하소서 아멘! 더보기
열대야 熱帶夜 오늘밤 찻물이 끓듯 나를 펄펄 끓게 하는 것은 肉身의 불이 아니다 面壁을 하며 무릎 꿇은 가난한 마음 속에 炯炯히 타오르는 성령의 불꽃 그 서늘한 光輝 祝盃를 들고 충만한 가슴으로 노래하며 身熱을 앓는 이 밤 기름부으신 자의 특별한 恩寵만이 가득 차고 넘쳐 하늘불 활활 타는 깊고도 아득한 밤 아, 기쁘고 황홀하여라 거룩한 빛 서늘한 긴긴 축제의 밤이여! 더보기
그물 그물 해어진 그물코를 꿰매며 아이들이 바람을 데리고 놀고 있다 아버지는 밧줄처럼 굵은 팔뚝을 걷어올리고 깊은 곳에다 그물을 던지신다 무수히 많은 조개껍질들이 산산히 부서진 채 물거품에 휩쓸려다니고 있고 아버지는 잠못 이루며 뒤척이는 바닷속에 엄숙한 몸짓으로 그물을 던지신다 날선 검처럼 울어대는 미친 칼바람소리에 어부들은 두려워 떨고 있지만 강하고 담대하라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빈 그물은 오늘도 거침없이 깊은 바닷속으로 강인하게 침몰하고 있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21) - 북한강을 지나며 북한강을 지나며 눈 깜짝할 사이 가을이 왔어요 사람들은 가을 햇살의 환한 통로를 지나가고 있어요 눈 깜짝할 사이 가을이 가고 있어요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고 강으로 난 갈대숲을 헤치며 걸어가고 있어요 유리창 밖으로 가을비가 내리고 있어요 기을빗속에 젖고 있는 가을나무 한 그루처럼, 가을빗속에 젖고 있는 가을 산의 시린 어깨처럼 가을빗속에 젖고 있는 물총새의 흰 날개처럼 내 사랑도 오오랜 그리움에 젖고 있어요 차창 밖에서 미친 바람이 빈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요 머리 푼 강 안개가 흐리게 죽어가고 있어요 더보기
안개에 젖다 안개에 젖다 새벽 4시 춘천엔 새 한 마리 날지 않는다 날기는커녕 울지도 않는다 우는 것들이 없는 세상은 적막한 무덤이다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나무들만 우두커니 갇혀 서 있다 나무도 적당히 젖어야 다시 푸르게 필 수 있는 법 새도 적당히 울어야 다시 날개를 펼 수 있는 법 이 새벽 너무 깊이 젖어버린 가슴 때문에 날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흰 가슴 도요새 한 마리만 누군가에게 길을 묻고 있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50) - 눈물 눈물 눈물은 말없는 나의 기도 내 사랑의 부력 내 믿음의 깊이만큼 솟아나는 영혼의 샘물 그리워 눈물나는 게 아니다 눈물이 먼저다 눈물없인 당신을 볼 수 없어 이 아침엔 모든 것이 다 흐리다 ........................................................................................... 1986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온 김경중 시인은 인간 영혼에 대한 구원과 하나님 사랑에 대한 간구로 늘 기도하는 시인이다. 그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의 시를 통해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는 삶의 한 단면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장미의 꽃과 가시처럼 드러나 있는 것과 감추어져 있는 것들에 대한 깊은 사유와 통찰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기..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70) - 독도 독도 바람은 바람을 부르고 너울은 너울을 불러 함께 얼싸안고 춤추건만 광활한 바다 깊숙이 뿌리박고 빈몸으로 서있는 너는 언제나 외로운 존재 오늘밤 나는 출렁이는 파도가 되어 너에게 달려가고 싶다 새하얗게 부서지는 물거품처럼 온몸이 산산조각 날지라도 오늘밤 나는 푸른 깃발을 흔들며 너에게 달려가고 싶다 가슴과 가슴을 힘껏 부딪쳐 시퍼렇게 피멍이 든다 해도 다시 동트는 새벽녘 부푼 희망으로 우리 함께 맞이할 수 있다면 수천리 등대빛으로 흘러흘러 네 외로운 몸뚱이를 한껏 끌어안고 싶다 때로는 질풍노도가 되어 일본해 다케시마 그 망언의 주둥이를 한방에 부셔버리고 싶다 오늘밤 나는 출렁이는 파도가 되어 너에게 달려가고 싶다 가서, 밤이 맞도록 그 명명백백한 역사의 진실, 반만년의 전설을 너에게 듣고 싶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66) - 꼬마 장미 꼬마 장미 햇볕이 쨍쨍한 대낮에 무르팍이 까진 아이 하나가 혼자서 울고 있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69) - 그 꽃자리 그 꽃자리 당신이 빛으로 서 계신 그 자리가 내가 꽃처럼 한목숨 피다 질 바로 그 자리입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아니하시는 당신이 피 묻은 십자가 위에서 흐린 램프등처럼 호올로 영혼이 사위어 가던 바로 그 자리입니다 북풍한설이 몰아 칠 때 내가 인동초 한 송이로 피어나고픈 그 자리가 당신이 빛으로 서 계신 지금 그 자리입니다 저녁종이 울리고 마침내 내 영혼이 하늘로 돌아갈 때 빛살 가득한 정원에서 한 송이 꽃으로 다시 피어나고픈 그 자리가 당신이 빛으로 서 계신 바로 그 자리입니다 찬란한 슬픔의 꽃자리입니다 더보기
안식일 안식일 더 낮아지기 위해 텅 빈 마음으로 침묵하는 이 아침 나는 가난한 심령과 허기진 육신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한다 나의 기도는 하늘나라 뜨락에서 봄날 아침 목련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리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