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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22) - 가을의 기도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안식하게 하소서 여름에 겪었던 성장통을 멈추게 하시고 겨울에 대한 염려를 그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용서함으로 미움의 가라지를 솎아내게 하시고 당신만 바라는 해바라기 되게 하소서 가을에는 비우게 하소서 잘 익은 열매들을 땅으로 돌려보내게 하시고 참 생명의 뿌리를 돌보게 하소서 가을에는 지혜롭게 하소서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게 하시고 소망 중에 즐거워하며 환난 중에 인내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침묵하게 하소서 바람 속에 구르는 낙엽이 되지 않게 하시고 외로움을 견디는 나무되게 하소서 가을에는 길이 되게 하소서 넘지 못할 산이 되지 않게 하시고 누구나 딛고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게 하소서 원컨대 나의 기도를 가난하게 하지 마시고 십자가의 사랑 흘러넘쳐 향촛대를 적시는 ..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42) - 꽃잎편지 꽃잎편지 가을하늘로 보낼 편지 한 통 부치러 우체국에 갑니다 가까운 길 마다하고 코스모스 몇 그루 적적히 피어있을 풀섶을 찾아 먼 길을 돌아갑니다 안개등처럼 희미한 추억의 한 켠에 작은 우체국이 있습니다 나는 햇빛이 곱게 물든 창가에 앉아 붉은 꽃잎 우표 한 장 붙여 우체통에 넣습니다 가을하늘 어딘가에 계실 당신의 집으로 꽃씨가 단단히 여문 코스모스 편지를 띄웁니다 다시 이 가을에 선홍빛 그리움으로 찾아오실 참으로 아름다운 당신에게 가을안부 공손히 여쭙니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34) - 강아지풀 강아지풀 너무 외로워하지 마라 바람 하나로 흔들리는 게 어찌 너뿐이랴 연약한 줄기 하나에 매달린 목숨이 어찌 너 하나뿐이랴 덧없이 지는 계절이 어찌 이 가을뿐이랴 말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어찌 지금뿐이랴 다 지나가는 것을 다 흘러가는 것을 붙잡아 두어 무엇하리오 상심하고 후회한들 무엇하리오 한 줌 바람으로 날려보내면 그뿐인 것을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9) - 가을 변주곡 가을 변주곡 낙엽이 떨어지고 있네요 가을이 그린 오선지 위에 저녁 햇살이 낮은음자리로 누워 있네요 내가 칠판 속의 글씨를 지우는 동안 당신은 거리의 낙엽들을 쓸고 있네요 깨끗한 빗질소리는 예배당의 올갠처럼 맑은 음으로 튕겨져 나오고 사람들은 풀잎보다 낮게 고개를 숙이며 당신 앞을 지나가고 있네요 오늘도 어제처럼 묵묵히 가을비는 내리는데 사람들은 지평선 위로 열리는 안개의 끝을 헤치며 젖은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네요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13) - 며느리밥풀꽃에 대하여 며느리밥풀꽃에 대하여 김경중 우리가 지나온 시절의 쓸쓸한 만남처럼 바람이 지나가며 자잘한 은종을 울리는 배고픔 바람은 바람의 정체를 모르듯, 우리는 무심히 피어있는 며느리밥풀꽃의 숨겨진 비밀을 모른다 하얗게 비어있는 오후의 하얗게 비어있는 시간들 사람들은 지나간 것들의 슬픈 기억을 애써 지운다 누가 바람의 끝에서 홀로 울고 있는가 누가 며느리밥풀꽃의 허기진 눈물을 보았는가 ************************* 혹독한 가난과 시어머니의 구박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며느리는 죽어서도 하얀 밥알을 입에 문 꽃 한 송이로 다시 피어났다. 뼈아픈 과거를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리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며느리밥풀꽃의 슬픈 전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49) - 슬피새 슬피새 가슴속에 새 한 마리 산다네 슬피슬피 새가 울 때마다 집 나간 탕자를 기다리던 아버지의 눈물이 생각난다네 가슴속에 새 한 마리 산다네 슬피슬피 새가 울 때마다 쥐염나무 열매로 허기를 채우던 탕자의 눈물이 생각난다네 가슴속에 새 한 마리 산다네 슬피슬피 새가 울 때마다 돌아온 탕자를 안아 주시던 아버지의 너른 품속과 눈가에 괴는 눈물이 생각난다네 가슴속에 새 한 마리 슬피슬피 우는 날 빈 가지 끝에 일렁이는 외로운 바람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나는 너의 너는 나의 시린 가슴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둥지가 됐으면 좋겠네 더보기
무지개가 걸린 산마루 무지개가 걸린 산마루 무지개가 걸린 산마루엔 분수가 감추어져 있다 수채와 물감의 분수 속 무지개 무지개가 지워진 하늘엔 흰 테만 남아 있다 백묵글씨가 지워진 칠판처럼 무지개와 칠판 무지개 속의 분수 무지개가 걸린 산마루에 감추어져 있는 영롱한 보석 일곱 개 아름다운 숲속의 이슬 일곱 개 더보기
연두색 봄비 연두색 봄비 은사시나무 가지에 저녁햇살 한 올 걸려 있다 연두색 봄비 두세 방울 돌돌돌 굴러 새싹을 틔운다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 하나 비를 맞으며 병아리가 달려와 새싹을 쪼아 먹는가 지켜보고 있다 더보기
예수 중독자 예수 중독자 나는 일 중독자다 일이 없으면 괜시리 마음이 불안해진다 한 번 붙든 일은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끝장을 볼 때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결과가 시원치 않을 때도 많지만 그래도 나는 일할 때 만큼은 숱한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는 커피 중독자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우울해질 때면 어김없이 블랙커피를 마신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마시는 커피맛도 각별하지만 홀로 숨어 마시는 커피맛은 더욱 특별나다 언제나 내가 마시는 커피의 절반은 고독이고 절반은 그리움으로 차 있다 간혹 몇 잔의 커피가 긴긴 밤을 설치게 하지만 그래도 나는 커피를 마실 때 만큼은 모든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예수 중독자가 되고 싶다 하루의 절반 정도는 예수만 생각하며 살고 싶다 성경을 읽고 찬송을.. 더보기
시가 흐르는 쉼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나부터 먼저 늘 꽃처럼 곱고 아름다운 말로써 남들을 칭찬하고 축복하기를 소원합니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말..... 황금찬 선생님의 '꽃의 말'을 저희 교회 '시가 흐르는 쉼터'의 첫 번째 詩로 뽑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