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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93) - 빈방 있습니까? 빈방 있습니까? 진작 알았더라면, 알았더라면 양치기도 알고 동방박사도 알았는데 왜 나만 몰랐을까, 왜 나만 몰랐을까 그 분이 메시아인줄 그녀가 아기 예수를 잉태한 마리아인줄 "빈방 있습니까?", 그들이 물어올 때 나는 눈이 멀어 알아보지 못하고 나는 귀가 어두워 하늘의 소릴 듣지 못하고 그 분을 마구간으로 내쫓았구나 메시아를 더러운 말구유에 눕혔구나 크고 푸른 별 하나 찾아와 오래 동안 지붕 위에 머물렀건만 나는 왜 영의 눈을 닫아버리고 하늘의 계시를 바로 보지 못했을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없어도 방 하나쯤 너끈히 비어드릴 수 있었는데 낮고 천한 곳으로 내려오신 성자 하나님께 찬바람 맞지 않을 허름한 방이라도 비어드릴 수 있었는데..... 사랑의 주님이시여, 저를 용서하옵소서 이 죄인에게 한 번만 더 ..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98) - 천사를 위하여 천사를 위하여 춘천 호스피스, 말기암 환우들을 위한 기쁨의 집 엄마손 같은 약손으로 가족처럼 정성껏 섬기는 사랑의 집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하신 하나님 말씀 따라 따뜻한 가슴으로 순종하며 봉사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집 그러나 지금은 더욱 합심으로 기도할 때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능력 사모하며 긍휼과 자비를 간구할 때 호스피스 전문 병원 건립, 그 꿈 속히 이루어지도록 한 마음 한 뜻으로 하늘문 두드릴 때 사랑의 하나님이시여, 오늘도 1004명의 천사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오니 올 겨울 다 가기 전, 그들을 우리 곁으로 속히 불러주옵소서 봄내의 뜨락에 새 하늘 새 땅의 꽃들이 활짝 피는 날, 환우들의 참을 수 없는 고통 사라지고 우리들의 지친 몸과 마음에도 웃음꽃 활짝 필 수 있도록 가을햇살처럼 ..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35) - 은초롱꽃 은초롱꽃 은초롱을 흔들면 짤랑이는 소리를 내며 잔별들이 쏟아진다 은초롱을 흔들면 반짝이는 빛을 뿌리며 햇살들이 쏟아진다 은초롱을 흔들면 팔랑팔랑 닐갯짓하며 방울나비 날아간다 옹달샘 가엔 깨끗한 마음씨로 핀 은초롱꽃 몇 개 새들도 숨죽이며 가만히 날아가는 초롱초롱 은초롱 꽃밭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6) - 별 별 나 죽으면 별이 되리라 살아서 꽃이 되고 싶었듯 죽어서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 하나 되리라 어둠을 깨우는 샛별이 아니라도 좋다 뭇별 중에 가장 작고 못 생긴 별이라도 좋다 이름 없는 떠돌이별이면 더욱 좋다 혼자서만 유난히 반짝거리지 않는, 그러나 날마다 푸르게 돋아 가만히 흔들리는 따뜻한 가슴의 별이 되고 싶다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더 가까이 내려와 울고 있는 아이들의 손 안에 살며시 쥐여지는 솜사탕 같이 달콤한 별이 되고 싶다 언제나 눈물 젖은 시선으로 강도 만난 이웃을 보듬어 주는 착한 사마리아인 같이 온유한 눈빛의 별이 되고 싶다 죽어서는 그렇게 그대 가슴에서 빛나는 별 하나 꼭 되고 싶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39) - 춘천, 그 지독한 안개에 갇혀 춘천, 그 지독한 안개에 갇혀 친구여, 밤새 자욱한 안개비에 젖어 애처로이 떨고있는 은사시나무를 보았는가 강안개 퍼지는 신 새벽, 흐린 별빛 하나 가슴에 품고 잠 못 이루는 갈대의 울음소릴 들었는가 머리 둘 곳 없어 강언저리를 헤매며 어미새를 부르는 흰 물총새의 젖은 눈망울을 보았는가 한 번도 춘천, 그 지독한 안개에 갇혀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실연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말하지 마라 처절하게 버림받은 슬픔이 얼마나 큰 지 묻지도 마라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5) - 혼자 도는 바람개비 혼자 도는 바람개비 학교가 파한 뒤 운동장에는 버려진 바람개비 하나 남아 있었다 바람개비는 혼자 돌다가 빈손을 흔들며 울고 있었다 마른 풀잎 몇 개가 함께 흔들리며 저녁햇살 두 세 올 풍금소리로 떨고 있었다 서산에 지던 해가 잠시 멈추어 돌다 지친 바람개비를 비춰주고 있었다 ............................................................. 1988년 한국어린이재단에서 소년소녀가장 수기공모전 입상작품 모음집인 '혼자 도는 바람개비'가 발간됐으며, 1991년 하명중 감독에 의해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눈물 겨운 소년소녀 가장들의 이야기로 강원도 주문진에서 올로케이션 됐습니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11) - 허수아비 허수아비 허허로운 들판에 두 팔 벌리고 외로이 서있는 허수아비 새들이 무서워 가만히 날고 있다 광야 같은 이 세상, 빈 바람만 가득한 가슴에도 얼마나 많은 허수아비들이 바람에 갈기갈기 찢긴 옷자락을 펄럭이며 반쯤 남은 외다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우리를 두려워 떨게 하는가 가을의 들녘에서 벼들은 농부가 흘린 땀방울의 무게만큼 알곡을 매달고 겸허히 고개 숙이는데 거둘 것 없는 텅 빈 영혼은 죄의 무게만큼 부끄러움의 멍에를 메고 슬피 울며 잠못 이루네 믿음 없는 뜻뜨미지근한 심장은 진실 같은 거짓에 늘 콩닥콩닥 숨 가쁘게 뛰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아 이 가을엔 더 이상 분칠한 외로움에 속지 말자 이 가을엔 절대로 저 어릿광대의 몸짓에 영혼의 빗장을 풀지 말자 삶이 비록, 열매 없는 무화과 같을지라도 죽은 허수아..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43) - 가을의 팔복 가을의 팔복 가을은 八福의 계절 가을엔 빈 가지처럼 마음이 가난해져 하늘의 은총만을 사모하게 되니 이 얼마나 큰 복인가 가을엔 한 잎 낙엽에도 마음이 애통해져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니 이 얼마나 큰 복인가 가을엔 잘 익은 벼처럼 마음이 온유해져 겸손히 고개 숙이게 되니 이 얼마나 큰 복인가 가을엔 촛불처럼 마음이 밝아져 지혜와 명철을 얻게 되니 이 얼마나 큰 복인가 가을엔 호수처럼 마음이 맑아져 하나님과 볼 수 있게 되니 이 얼마나 큰 복인가 가을엔 바람처럼 마음이 비어져 욕심이 저절로 사라지게 되니 이 얼마나 큰 복인가 가을엔 샘물처럼 마음이 고요해져 참 쉼과 평안을 얻게 되니 이 얼마나 큰 복인가 가을엔 바위처럼 마음이 굳세져 기도의 문이 열리게 되니 이 얼마나 큰 복인가 가을, 이 얼마나 가없는 ..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24) -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가을이면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래된 편지처럼 나만이 아는 은밀한 곳에 가만히 숨어있다가 켜켜이 묵은 먼지를 털고 뾰족이 얼굴을 내미는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 듯 오색 단풍잎도 가을이면 한목숨 버리고 떠나지만 층층히 쌓여있는 추억의 편린들은 내 가슴속에서 다시 찬연히 피어납니다 가을에 문득 생각나는 사람은 꽃같은 얼굴의 사람이 아니라 꽃다운 마음의 사람입니다 가을이면 살포시 보고픈 사람은 함께 꽃길을 걷던 사람이 아니라 낙엽이 지는 가을숲에서 하염없이 나를 기다려주던 빈 의자 같은 사람입니다 이 가을, 나도 누군가의 빛바랜 편지이고 싶습니다 이 가을, 나도 누군가의 묵묵한 기다림이고 싶습니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10) - 치자꽃 세 송이 피어있는 아침 치자꽃 세 송이 피어있는 아침 1. 꿈속이었습니다 캄캄한 하늘에 푸른별 몇 개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별들은 천상의 고운 옷을 벗어버리고 섬마을 아이처럼 튼튼하고 날쌘 몸으로 바다에서 자맥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별들이 파도타기를 하는 동안 나의 잠도 물속처럼 점점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2. 푸른 바다 무지개 건너 꽃동산 바람은 하얀 속살을 드러낸 햇빛 사이에서 우두커니 졸고 있었습니다 빨강, 노랑, 초록, 파랑..... 저마다의 빛깔로 웃고 있는 꽃들은 아, 내가 크레파스로 옷을 입혀준 종이꽃들이었습니다 종이꽃들은 나와 함께 꿈속으로 날아들어와 예쁜 꽃들이 되었습니다 3. 똑. 똑. 똑.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깊은 잠속에서 빠져나와 헤엄을 치듯 서서히 세상 위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보드라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