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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59) - 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 강물 위에 내려 강이 되는 눈 풀잎 위에 내려 이슬이 되는 눈 아이의 뺨 위에 내려 눈물이 되는 눈 겨울나무 위에 내려 이불이 되는 눈 강물처럼 깊고 이슬처럼 맑게 눈이 내린다 눈물처럼 따뜻하고 이불처럼 포근하게 눈이 내린다 욕심을 하얗게 비우라고 해맑은 동심으로 돌아가라고 친구의 허물을 덮어주라고 눈 내리는 하늘 눈 내리는 저녁 모두가 눈처럼 순한 양이 된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60) - 흰눈이 펄펄 흰눈이 펄펄 흰눈이 펄펄 쏟아져 내리는 날에는 나무밭에 갇힌 사슴처럼 그냥 우두커니 눈을 맞으면 좋겠다 눈이 쌓인 무게 만큼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져나가듯 흰눈이 펄펄 쏟아져 내리는 날에는 내 의지도 꺾이고 부질없는 상념도 꺾여 밑둥만 덩그라니 남은 나무가 되었으면 좋겠다 흰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날에는 시린 손끝에서 새하얗게 돋아나는 소름처럼 아무도 몰래 조금만 외로웠으면 좋겠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68) - 눈꽃 눈꽃 눈꽃 몇 송이의 휘날림 눈꽃 몇 송이의 잠잠함 눈꽃 몇 송이의 반짝임 세상은 고요한 성냥곽 같았다 눈꽃 몇 송이의 눈부심 눈꽃 몇 송이의 포근함 눈꽃 몇 송이의 깨끗함 세상은 하이얀 목화밭 같았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1) - 거진항에서 거진항에서 올갠의 건반을 짚듯 낮은 음으로 저녁이 옵니다 붉은 부리 갈매기 몇 마리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큰 나루 건너 해맞이 언덕, 별들은 하나 둘 밤하늘에 뗘오릅니다 늘 바다는 깊은 음악의 가슴을 열고 항구를 편안한 밤으로 감싸줍니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86) - 가슴 가득 빛이어라! 가슴 가득 빛이어라! 아름다운 봄날에도 어둠의 장막을 드리운 채 마음의 창을 열지 않는다면 아직 봄은 오지 않은 것 햇빛 찬연한 봄날에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고 진실의 눈을 뜨지 못한다면 아직도 거짓에 속고 있는 것 길 한가운데 서서도 길이 어디 있느냐 묻고 꽃밭에 앉아서도 향기가 어디서 나느냐 묻는다면 나비와 벌은 심령의 정원 속으로 날아오지 않으리 거친 사막길일지라도 오아시스를 찾아 낡은 지도 한 장 펼치는 오늘의 용사들에게 어둠은 빛으로 변하고 사막은 옥토로 변하여 새벽은 여명으로 움터오고 파랑새는 날갯짓하며 찾아와 종소리 푸르게 울려퍼지는 이 아침, 날마다 생의 정수리엔 가슴 가득 빛이어라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96) - 인생낙원 인생낙원 마음 가는 곳마다 천국이요 발길 닿는 곳마다 무릉일세 두 귀를 씻기는 맑은 물소리 좋은 벗과 마주앉아 향기로운 술 한 잔에 취해 인생사 기쁨도 시름도 함께 나누니 이 또한 인생낙원 아닌가 ....................................................................... 2014년 8월 21일 북한산 仙雲山莊에서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15) - 가난한 영혼의 노래 가난한 영혼의 노래 가슴이 찢어질듯 매미가 운다 미친듯이 정신줄 놓고 매미가 운다 한목숨 버릴듯이 매미가 운다 밤이 되면 더 뜨겁게 목놓아 운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사랑이라 하겠느냐 가슴이 피멍 들지 않고서야 어찌 그립다 하겠느냐 매미처럼 애절하자 매미처럼 아파하자 매미처럼 불사르자 이미 터져버린 심장 미련없이 그렇게 실컷 울다가 가자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12) - 새장에는 더 이상 새들이 살지 않는다 새장에는 더 이상 새들이 살지 않는다 철새들은 가을이면 돌아가 버립니다 한여름 놀던 저수지 근방엔 개부들 몇 개만 남고 가을은 하릴없이 가랑잎을 버립니다 텅 빈 숲속에 한 줄기 햇빛이 비치면 웅덩이 속의 물이 서서히 마릅니다 숲속의 비어있는 무게만큼 바람이 스산히 불어 옵니다 비가 그치고 물이 고인 웅덩이에 은사시나뭇잎 하나가 반짝입니다 죽은 새들의 발톱이 조금씩 부서지며 한 줌의 먼지로 다시 살아 납니다 숲속엔 두 얼굴의 가을이 보입니다 철새가 날아간 하늘처럼 비어있거나 빈 숲속의 바람처럼 가득합니다 맑은 물방울 속의 햇살처럼 투명하거나 흐린 하늘의 별빛처럼 그늘집니다 가을은 우리에게 그 무엇으로 다가오거나 아무 것도 아닌 채로 떠나갑니다 모두가 떠난 빈숲에는 가을 이야기만 쓸쓸히 남아 있고 새장에는 ..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27) - 꿈속의 왈츠 꿈속의 왈츠 아름다운 그대여, 오늘밤 우리 함께 춤을 추자 고통과 환희가 엇갈리는 순간 촉촉히 젖은 눈빛으로 빠른 템포의 리듬에 맞춰 왈츠를 추어보자 네 박자는 너무 지루해 인생을 단 세 박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그것이 사랑이든 미움이든 그것이 만남이든 이별이든 축제의 주인공처럼 세 박자로 춤 출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위대한 승리자다 비록 나의 하루는 우울했지만 그대 내 곁을 떠나 멀리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아 오늘밤 꿈속에서 다시 만나 우리 함께 춤을 추자 빠르고 멋지고 경쾌하게 별이 총총히 빛나는 밤하늘을 머리에 이고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은 호숫가를 빙글빙글 돌며 너와 나 아린 가슴 부여안고 밤이 맞도록 신명나게 왈츠를 추어보자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36) - 별을 사랑한 달팽이 별을 사랑한 달팽이 내 사랑, 그대 마음속 머문 그 자리 얼마나 작은지 나 알고 있지만 내 눈빛, 그대 눈동자 닿는 그 거리 얼마나 먼지 나 가늠할 수 없지만 풀잎에 앉은 달팽이처럼 내 마음 밤마다 그대 바라며 하염없는 그리움에 젖네 그대 아스라이 먼 곳에서 푸르게 빛나고 나 작은 몸뚱이 웅크리며 숨죽여 우는 이 시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조금씩 기어서라도 나 그대에게 가고파 아, 닿을듯 닿을듯 아득한 始原의 숨결이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