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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95) - 공지천의 봄 공지천의 봄 한겨울 꽁꽁 얼었던 강물이 녹으니 봄꽃들이 다투어 피고, 오리배 몇 척 발을 동동 구르며 호수 위를 떠다니는데 죽은 줄만 알았던 민들레 한 포기 흙더미 속에서 민낯을 내민다 한겨울 침묵하던 새들의 노래도 명랑히 들려오고 푸른줄무늬 방울나비 한 마리 허둥지둥 꽃향기 따라 꽃밭 위를 날아다닌다 모진 세월 이기고 살아난 환희의 탄성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공지천의 새봄 천지에 봄이 왔는데 무너지지 않는 슬픔이 어디 있으랴 마음마다 훈풍이 부는데 아물지 않는 상처가 어디 있으랴 봉긋봉긋 새아씨 가슴마냥 물오른 아, 공지천의 春三月이여! ........................................................................... *공지천: 춘천시 삼천동에 ..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82) - 봄꽃을 바라보며 봄꽃을 바라보며 한세상 산 날보다 더 숨 가쁘게 어여쁜 꽃들아 마구마구 피어나라 피 같은 꽃 살 같은 잎 모두모두 활짝 피어 마음이 애달픈 자들의 기쁨이 되어라 바람에 지고, 비에 젖어 짓밟힌 꽃들에게도 희망이 있나니 꽃잎 벙글었던 자리마다 여물어 가는 햇살들... 상실의 아픔 뒤에 찾아오는 저 단단한 생의 눈빛들... 불현듯 찾아왔다 홀연히 사라져간 첫사랑의 아쉬움처럼 봄은 언제나 내 가슴 한 자락에 못다 핀 그리움으로 남겠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97) - 영원한 사랑 영원한 사랑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사랑 섬기는 사랑 나누는 사랑 베푸는 사랑 당신을 알고 나서 비로소 긴긴 밤을 그 사랑에 목말라 울었습니다 외롭고 힘들어도 목숨까지 버려야 할 가시밭길일지라도 당신이 나와 함께 계심을 믿기에 아가페 사랑 그 좁은 길을 향해 꿋꿋이 걸어가렵니다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죽어도 알지 못했을 사랑 십자가의 사랑 영원한 참사랑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32) - 다원(茶園)의 아침 다원(茶園)의 아침 찻잎 바스락거리는 문틈으로 들뜨며 가라앉으며 밤새도록 내린 산안개 오늘 아침 차밭으로 난 오솔길을 걸으니 마음 한 곳이 천 년의 茶香으로 그윽히 젖는다 남풍 불어 가슴이 따뜻한 봄날 먼길 떠났던 꾀꼬리가 돌아와 지즐대는 여름날 집 나간 나그네가 한 줄 바람으로 돌아와 눕는 가을날 앞산 그리메가 동백꽃 향기에 흠뻑 젖는 겨울날 산마을 차밭에 차꽃이 피어 눈부신 새날 다원(茶園)의 아침은 사시사철 굽이굽이 새하얀 안개밭이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84) - 봄길에서 봄길에서 “삼월아~”하고 부르면 노오란 손을 흔들며 개나리가 핍니다 “사월아~”하고 부르면 연분홍 치마 갈아입고 산철쭉이 핍니다 "내 아들아~"하고 당신이 나를 애틋이 불러주시니 내 안의 굳은 흙더미 무너져내리고 가시밭 풀섶도 천상의 꽃길 되어 봄나비 한 마리 팔랑대며 날아듭니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58) - 그 겨울의 사랑 그 겨울의 사랑 한겨울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더욱 붉게 피어나는 들꽃이 있었다 시린 바람을 맞으면서도 꼿꼿이 뿌리를 내리고 푸른 잎새를 매달았던 들꽃이 있었다 작고 여리지만 가슴속에 품으면 온맘을 덮고도 남을 향기가 나는 꽃 어떤 사람은 광야에서 이 꽃을 심었고 어떤 사람은 벼랑 끝에서 이 꽃을 키웠다 피멍든 가슴앓이로 하얗게 밤을 지새웠던 나의 사랑도 광야처럼 메마른 가슴에서 칠흑처럼 어두운 마음에서 눈부신 들꽃 한 송이로 그렇게 피어났다 영원히 잊지 못할 나의 애절한 그 겨울의 사랑은...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91) - 소처럼 소처럼 세상이 이토록 어지러운 것은 자기 멍에를 메고 묵묵히 생의 밭을 가는 소같은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많이 배웠다는 것은 명예가 아니고 멍에인 것을... 높이 앉았다는 것은 감투가 아니고 멍에인 것을... 소해에는 선시선종(善始善終)하는 저 순하디 순한 소처럼 작은 일에나 큰 일에나 착하고 충성된 종으로 살다가 종소리 푸르게 울리는 날, 내 영혼 새털 같이 가볍게 본향을 향해 날이가고 싶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92) - 빙어축제 빙어축제 겨울도 속절없이 깊어 대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 소양호 십리 길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빙어떼들로몸살을 앓고, 사람들은 살을 에는 추위도 잊은 채 그것들을 잡아올리느라 신바람이 난다 짜릿한 손맛으로 낚아올린 놈들은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산 채로 입에 넣고 아득아득 씹어야 제 맛이 나는데 워낙 작고 여린 것들이라 한 대접을 후딱 먹어치워도 배 부른 적이 없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참혹한 추위 속에서 숱한 빙어들이 정갈한 산제물로 죽어가고 빙어축제가 열리는 내내, 낚시꾼들은 깨끗하고 떳떳하게 살아오지 못한 자신의 삶이 부끄러운지 쓴 소주 몇 잔에 쌉쌀하고 비릿한 슬픔들을 울컥울컥 잘도 삼켜버린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41) - 다심원(茶心苑)에서 다심원(茶心苑)에서 마음속에 하얗게 차꽃이 피어 빛부신 날이면 다심원으로 간다네 풀잎사랑 새벽이슬 고요히 맺혀 눈물이 괼때면 다심원으로 간다네 노오랗게 익어가는 그리움 마른 가슴 적시고, 찬 서리 내려 앉아 풀벌레 숨죽여 우는 날 가을과 겨울 사이 빈들의 낙엽을 밟으며 나는 다심원으로 간다네 찻물 홀로 고요히 끓는 주인 없는 다실에 앉아 하염없이 지워지는 아득히 먼 창밖을 본다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행복한 쉼터 다심원에서 하늘 가는 여행길, 잠시 쉬었다 가라고 한 줌 햇살로 찾아온 그대에게 국화향기 그윽한 차 한 잔 맑게 따라본다네 ............................................................. 다심원: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에 있는 다원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31) - 사랑한다면 연리지처럼 사랑한다면 연리지처럼 나무들도 외로운가보다 산속에 사랑에 미친 나무들이 저렇게 많은 걸 보니 가을산을 뜨겁게 달구는 연리지를 보며 문득 깨달음을 얻는다 외로움도 병이라는 걸 사랑없인 못 고친다는 걸 그 거친 살가죽을 파고들려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고 얼마나 더 갈갈이 찢겨져야 하나 사람만이 하는 줄 알았던 그 뜨거운 사랑을 나무들도 한다 늙은 나무일수록 깊은 산속에 숨어사는 외로운 나무일수록 사랑은 더욱 절절하다 노을지는 숲속에서 한 잎 두 잎 잎새를 떨구는 가을나무들 모든 것 다 줘버리고 모든 것 다 비워버리고 사랑 하나로만 살아가는 저 헐벗은 나무들 누군가가 애타게 보고싶어 두 눈에 눈물이 괼 때 연리지처럼만 연리지처럼만 아픈 가슴 부벼안고 사랑할 수 있다면 나의 겨울나무여, 그 매운 북풍한설(北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