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시100선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87) - 신호등 신호등 가라시면 가고 서라시면 서고 하라시면 하고 말라시면 말고 앞서라시면 앞서고 뒷서라시면 뒷서고 때마다 고비마다 선한 길로 인도하시는 말씀의 신호등 한 눈 팔지 말고 의심하지 말고 지시하실 땅으로 담대히 나아가라 광야에서도 사막에서도 낮이나 밤이나 주의 길로 이끄시는 구름기둥 불기둥 더보기 旅情 旅情 막차로 돌아온 사람들이 다시 첫차로 떠나간다 잡초를 뽑은 자리에서 다시 파릇파릇한 것들이 돋아나듯 삶이란 끝없이 반복되는 고단한 순례의 旅情이 아닌가 첫차로 떠나간 사람들이 다시 막차로 돌아오는 겨울 밤, 남춘천역 허름한 임시역사 앞에는 따끈한 군밤 몇 봉지 손을 호호 불며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더보기 촛불 촛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르소서 감당할 수 없는 당신의 뜨거운 사랑 영원한 십자가의 긍휼 넘쳐 흘러 향촛대를 적시는 눈물이소서 마음의 빈 터마다 든든하게 믿음의 뿌리 내리고 두 팔 벌려 기도하는 나무들처럼 날마다 당신의 단 앞에 무릎 꿇고 간구하는 가슴이 되게 하소서 정지된 어둠 속에서도 고요하게 흔들리는 불빛 하나로 영롱하게 빛나는 거룩한 밤 되게 하소서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29) - 군자란 군자란 촛불처럼 얼굴이 붉은 꽃 화안한 마음의 불씨만으로 피어나는 꽃 오늘아침 문득 한 송이 불씨를 틔워올린 꽃 어둠을 밀어낸 군자란 붉은 꽃 빛으로 오시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4) - 홍련암의 수국 홍련암의 수국 튀어오르는 파도 한 점으로 묻어 있다 물방울 하나마다 비치는 동해의 아침 햇살 푸른 가슴을 열며 일어서고 있다 흐린 날일수록 선명해지는 꽃이파리마다 뭍이 그리운 바다의 살점들이 보랏빛 향기로 피어 있다 *홍련암(紅蓮庵): 강원도 양양 낙산사에 있는 암자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52)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는 저마다 색깔이 있다 나무에 내리는 눈에는 나무색 풀잎에는 풀잎색 지붕에는 지붕색 굴뚝에는 굴뚝색 눈이 내린다 크레파스 한 곽의 색깔로 눈이 내린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는저마다 날개가 있다 훠이훠이 내리는 눈에는 학의 날갯짓 나폴나폴 내리는 눈에는 나비의 날갯짓 하늘하늘 나붓나붓 눈이 내린다 수천수만 개의 날개로 눈이 내린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53) - 오항리에서 오항리에서 늦여름 소나기가 무진장 내리던 날, 춘천 땅끝마을 오항리에서 새들은 더 이상 날지 않았다 예배당의 녹슨 종탑 위로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때리던 바람이 삐걱거리며 울고 있었고, 멀리 소양댐이 내려다 보이는 경수네집 늙은 굴참나무는 세상살이를 걱정하는 할아범의 얼굴로 우두커니 비를 맞고 서있었다 솔바람 카페의 고장난 벽시계는 여전히 오후 3시에 멈춰 있었고, 실내에는 마르지 않은 푸른 잉크 색깔로 빠뜨리시아 까스의 젖은 목소리가 길게 머리를 풀고 있었다 밤꽃 비린내가 흥건히 풍기는 날, 입버릇처럼 오항리를 떠나고 싶다던 통나무집 아낙의 마른 가슴에도 이따금씩, 겨울 벽난로의 불씨들이 환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 빠드리시아 까스: 프랑스의 저명한 여류 샹..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200선(111) - 상록원에서 常綠園에서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고 새들도 모두 떠나버린 빈 숲 생전의 눈부심도 푸르름도 어여쁨도 모두 사라져버린 고요한 쉼터 하늘 가는 길, 가을햇살만 은종처럼 짤랑이며 길라잡이 하고 있다 더보기 낙엽 낙엽 저녁햇살 몇 올 떨어지고 있는 운동장 아이들이 모여 낙엽 한 장씩을 줍는다 책갈피 속 아기손 같은 낙엽 한 장 눈새가 나는 날 아이들은 책갈피를 열고 잘 마른 가을을 본다 더보기 門 門 입술을 꼭 다문 門 도무지 열릴 것 같지 않다 門 밖에선 主人이 기다리고 있고 門 안에선 나그네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門은 窓이 되기도 하고 門은 壁이 되기도 한다 입술을 꼭 다문 門 門은 없기도 하고 門은 있기도 하다 더보기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