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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11) - 믿음과 행함 믿음과 행함 며칠 전 어느 기독교방송에서 PD로 근무하는 제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무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냐?” “건강은 괜찮으시냐?” 라는 의례적인 인사로 시작하여 자신의 근황에 이르기까지 제법 긴 통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내용인 즉 오랫동안 다니던 방송국을 그만 두고 새로운 경험을 쌓기 위해 외주제작 프로덕션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적응이 안 돼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외주제작업체들이 저예산과 극심한 경쟁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기에 갑과 을이 뒤바뀐 제자가 그 가시밭길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나 또한 사뭇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작심하고 을의 위치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세상풍파 다 겪으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하여 이 분야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지만 갑에서.. 더보기
사랑하는 이원복 장로님을 보내며 사랑하는 이원복 장로님을 보내며 장로님, 나 자신 숱한 절망의 벼랑 끝에서 철썩이는 푸른 바다를 보았기에 호스피스 병실에 누워 있는 당신을 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어요. “장로님, 일어나 봐. 힘들겠지만 다시 한 번 씩씩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봐” 나는 생각날 때마다 당신을 위해 기도했고, 쾌유를 기대했지만 그런 바람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지금 가슴 속엔 벅찬 슬픔만 밀려옵니다. 장로님! 당신은 교우이기 전에 먼저 인간적으로 참 좋은 벗이었습니다. 심성이 착하고 봄날 같이 따스하여 마치 남녘땅 매화나무처럼 늘 꽃향기가 가득했고 많은 사람들이 매화꽃 같이 소박하고 청정한 당신을 좋아했지요. 나는 당신이 어린 시절 뛰놀던 대룡산 자락, 그 속에 감춰져 있는 비밀의 폭포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당신이 .. 더보기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10) - 일본에서 만난 천사들 일본에서 만난 천사들 지금으로부터 약 3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일본에 유학 중인 후배가 살고 있는 혼슈 북부 센다이에 가기 위해 도쿄역에서 티켓팅을 하였습니다. 도쿄역은 그 때나 지금이나 각종 철도망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돼 있는 세계 최대규모의 철도역입니다. 도쿄역에서 직통으로 약 1시간 30분 소요되는 센다이행 신칸센은 처음 타보는 고속철도 답게 빠르고 쾌적했으며 창밖에 펼쳐지는 풍경 또한 매우 이국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느라 한참 정신이 팔려 있던 차에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기 위해 양복 안주머니를 뒤지던 나는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지갑엔 적지 않은 엔화와 신분증, 비행기표가 들어있었는데 감쪽 같이 사라진 것입니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마도 티켓팅을 한 후 창구 .. 더보기
강원도민일보 칼럼 - 말(言), 그리고 말(馬) 말(言), 그리고 말(馬)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 한 마디로 패가망신 당하는 사람도 있다. 말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수단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관계를 깨뜨리는 불통의 도구로 전락하기도 한다.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뱉어내는 행위는 마치 성질 사나운 야생마의 고삐를 풀어놓는 것처럼 위험하다. 말은 양날의 칼처럼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해치기도 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어 혀를 제어하여 말을 다스리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 오늘날과 같은 소셜미디어 시대엔 모든 정보가 SNS라는 플랫폼을 통해 빛의 속도로 전파되니 에전처럼 진실을 호도하거나 설화(舌禍)를 감추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반면에 유명인사가 아니더라도 자.. 더보기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9) - 어느 도둑이야기 어느 도둑이야기 영국 컴브리아 주 '트라우트벡' 강가 주변에서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핍 심슨'은 지난 4년간 무려 삼백 마리에 달하는 양을 도둑맞았습니다. 더 이상 이 사태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심슨은 결국 과감한 조치를 내리게 됩니다. 바로 남아있는 양 팔백 마리를 모두 '오렌지빛'으로 염색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이제 ‘오렌지빛’ 양들은 누가 봐도 심슨의 소유임을 확실히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도둑으로부터 양을 보호할 유일한 해결책은 이것뿐이었다"며 "이제 멀리서도 쉽게 우리 목장의 양들을 발견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답니다. 소설이나 영화 속에 나오는 도둑이야기는 유난히 재미있습니다. 특히 홍길동, 일지매, 장길산, 임꺽정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의적이라든지 '괴도 루팡' 같은 멋.. 더보기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8) - 발자국 함부로 어지럽히지 마라 발자국 함부로 어지럽히지 마라 어느 바닷가 바위틈에 살던 엄마게가 처음으로 아기게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아기게가 자꾸 옆으로 걷는 것이었습니다. 걱정이 된 엄마게는 아기게를 조용히 나무랐어요. "그렇게 걸으면 안 돼! 나를 따라서 이렇게 걸어보렴" 그런데 아기게는 엄마게의 시범을 보고도 여전히 옆으로 걸었어요. 엄마게는 자기가 옆으로 걷는 줄도 모르고 아기게를 야단치면서 "그렇게 걷지 말라니까! 엄마를 따라서 이렇게 걸으란 말이야!" 그러나 아기게는 계속 옆으로 걸었고 단단히 화가 난 엄마게는 "아가, 도대체 왜 그러니? 옆으로 걷지 말고 엄마처럼 이렇게 똑바로 걸어보라니까! 이렇게!" 그러자 아기게가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어요. "난 엄마가 가르치는 대로 열심히 따라하고 있어요. 보세요, .. 더보기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7) - 빨래집게, 거장을 만나다 미국 필라델피아 시청 앞에 설치돼 있는 '빨래집게' 조형물(1976년, 클래스 올덴버그' 작) 빨래집게, 거장을 만나다 스웨덴 출신의 미국 조각가 '클래스 올덴버그’는 '앤디 워홀' 등과 함께 팝아트 미술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입니다. 그는 일찍이 추상표현주의를 거부하고 1960년대부터 타자기, 햄버거, 톱, 아이스크림, 립스틱 등 일상적인 사물을 매우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보는 사람들에게 시각적 충격을 줄 뿐 아니라 물질만능의 미국사회가 누리는 부와 편리성을 아이러니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세계 곳곳의 공공장소에 설치돼 있으며 그 중 일본 도쿄 국제무역전시장 앞의 대형 ‘톱’, 미국 필라델피아 시청 앞의 거대한 ‘빨래집게',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담배꽁초들이 들어 있는 거대한 .. 더보기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6) - 달아실의 사막여우 달아실의 사막여우 춘천은 도시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입니다.‘호반의 도시’란 낭만적인 슬로건은 4개의 댐이 건설 된 이후에나 붙여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분지의 한 산골에 중동이나 아프리카 사막에서 서식하는 '사막여우'가 살고 있으니 참 신기하고 별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춘천시 동면 월곡리(달아실) 옥광산 안에서 그 유명한‘어린 왕자’의 친구 '사막여우'를 만날 수 있다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립니다. 눈이 동그랗고 귀가 커서 사막여우를 닮은 듯 한 손주 녀석을 데리고 놀러 나온 국내 유일의 옥광산은 권진규 미술관과 맛있는 빵집이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그런데 달아실 정원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미술관 옆 작은 동물원'은 나나 손주 녀석 모두에게 색다른 볼거리와 즐거.. 더보기
강원도민일보 칼럼 - 노인들의 새빨간 거짓말 노인들의 새빨간 거짓말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노인학대예방 TV광고가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광고는 '노인학대, 폭력만이 학대의 전부가 아닙니다’라는 헤드 카피로 가정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폭력에 의한 노인학대의 유형을 세 가지로 확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첫째, 음식이 짜다고 시어머니에게 화를 내는 못된 며느리. 둘째, 집안 노인들 몰래 도망치듯 여행을 떠나는 뻔뻔스런 가족. 셋째, 늙은 어머니의 예금통장마저 빼앗으려는 파렴치한 아들. 모두 실제 가정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전형적인 불효자식들의 모습이다. 공익광고는 상업광고와 달리 주로 사회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공공성, 휴머니즘, 범국민성, 비영리성 등을 지향하며 비정치적인 목적으로 제작된다. 메시지가 지나치게 계몽적이고 .. 더보기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5) - 청산도 달팽이 청산도 달팽이 어린이 그림성서를 보면 노아의 방주에 마지막으로 느릿느릿 기어오르는 달팽이의 모습이 나옵니다. 느림보 달팽이가 어떻게 방주에 들어와 물심판을 면할 수 있었을까요? 첫째는 별로 쓸모없이 보이는 달팽이일지라도 끝까지 기다려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때문이요, 둘째는 달팽이의 믿음과 인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만약 선착순 입장이었다면 달팽이는 절대로 구원의 방주를 탈 수 없었을 겁니다. 전남 완도에서 뱃길로 약 50분 정도 가면 청산도란 섬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눈 앞에 펼쳐집니다. 산, 바다, 하늘이 모두 푸르러 청산(靑山)이라 이름 붙여진 작은 섬. 기억 속의 그대 눈빛처럼 해맑고 따스한 섬. 몇 해 전에 20여 명의 동우회 회원들과 함께 했던 추억이 지금도 쉼표 하나로 반짝이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