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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4) - 모두 다 살색입니다 모두 다 살색입니다 내가 재직했던 학교에서 실용음악과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던 인순이 씨는 아프리카계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대표적인 혼혈가수입니다. 그녀 역시 다른 혼혈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차별과 놀림을 받으며 어린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몇 해 전부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직접 다문화 교육 행동가로 나섰습니다. 인순이 씨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강원도 홍천군 명동리에서 다문화 대안학교인 해밀학교의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학교운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해밀학교라는 이름에는 뜻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비온 뒤 맑게 갠 하늘" - 이름처럼 이곳은 어떠한 사회적, 교육적 차별이나 제약 없이 다문화 가정 어린이 누구나 맑고 푸른 꿈을 안고 공부할 .. 더보기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3) - 나무야 나무야 나무야 나무야 젊어서는 숲보다 나무를 보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무보다는 숲 전체를 아우르는 눈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시대와 세월을 관통하여 나무와 숲을 동시에 관조할 수 있는 비법이 있습니다. 바로 고 신영복 선생의 ‘나무야 나무야’와 ‘더불어 숲' 두 책을 만나게 되면 말입니다. ‘나무야 나무야’는 신영복 선생이 우리 국토를 여행하면서 쓴 글이고 ‘더불어 숲’은 세계기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책 모두 저자가 마음이 닿는 어딘가로 가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띄우는 형식으로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진솔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가 이 책들과 만나게 된 순서는 ‘더불어 숲’이 먼저이고 ‘나무야 나무야’가 나중입니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도 두 책 모두 내가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님으로부.. 더보기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2) - 파랑새병원 파랑새병원 많은 사람들은 행복이란 미래의 어느 순간에 불쑥 찾아올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것이라 생각하고 쉽게 꿈꾸지 못합니다. 나 역시 갑자기 누가 '지금 당신은 행복합니까?'라고 물으면 아마도 '글쎄요~'라고 말끝을 흐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파랑새'라는 동화에서 '찌르찌르'와 '미찌르' 남매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행복의 파랑새는 먼곳이 아닌 바로 자신의 집 새장 속에 있었습니다. 나에겐 행복이란 단어가 자주 희망이란 뜻으로 다가옵니다. 파랑새도 같은 의미로 느껴지지요. 가난한 나무꾼의 아이들인 '찌르찌르'와 '미찌르'가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니듯이 나도 몇 번이나 몹쓸 병에서 벗어나려고 열심히 어딘가에 있을 희망의 파랑새를 찾아 다닌 적이 있습니다. 환자의 귀는 날이갈수록.. 더보기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1) - 아름다운 소멸 아름다운 소멸 많이 깎아 써서 손에 쥘 수 없을 정도로 길이가 짧아진 몽당연필- 지금 시절 같으면 벌써 쓰레기통에나 던져졌을 그런 볼품없는 물건이 내 추억의 보물창고 속엔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어린시절 절약이 습관처럼 몸에 배셨던 어머니는 몽당연필 하나라도 허투루 버리시는 일이 없이 늘 낡은 볼펜깍지에 끼워 양철필통 속에 넣어두곤 하셨지요. 나는 엄마의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흐린 연필심에 침을 발라 가면서 연필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열심히 사용했습니다. 대학에 가서 밥이 안 되는 문학을 공부하던 나는 몽당연필에 대한 새로운 추억거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스승이신 박목월 선생님의 몽당연필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지요. "자신이 쓴 시는 스스로 지울 수 있어야 한다.. 더보기
마음의 교집합을 넓혀라! 마음의 교집합을 넓혀라! "兼聽則明 偏聽則暗(겸청즉명 편청즉암)" "두루 의견을 들으면 밝게 되지만, 한 쪽 의견만을 들으면 어둡게 된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4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그는 1929년 세계적인 대공황을 뉴딜 정책이란 새로운 발상으로 극복해냈고, 2차 세계대전에선 연합군에 참전하는 결단을 내려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얄타회담을 통해 UN을 창설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존경받는 지도자였다. 이런 그의 리더십은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 능력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물론 가족사항까지도 세심히 기억하고 있을 만큼 친화력이 뛰어났고 반대 정당 사람이라 할지라도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대통령 시절 한 번은.. 더보기
강원도민일보 칼럼 - 비로소 봄 비로소 봄 동네 아이들은 멀리 집을 떠난 거인의 정원에서 날마다 함께 놀았습니다. 봄이면 고운 꽃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는 탐스러운 정원이었지요. 하지만 집에 돌아온 거인은 아이들을 정원에서 내쫓았습니다. 자기 밖에 모르는 욕심쟁이였으니까요. 아이들이 정원을 떠나자 따뜻한 계절도 떠났습니다. 정원은 언제나 겨울이었습니다. 눈과 서리와 차가운 북풍만 가득했지요. 거인은 봄이 오지 않는 이유도 모른 채 무작정 봄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인은 정원에 봄이 온 것을 알았습니다. 작은 구멍으로 몰래 들어온 아이들 덕분이었지요.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봄을 몰고 온 것입니다. 하지만 구석 자리에는 아직도 매서운 북풍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키가 작은 한 소년이 나무에 오르지.. 더보기
김경중 칼럼 - 선택과 집중의 시너지가 운명을 바꾼다 선택과 집중의 시너지가 운명을 바꾼다 20세기 초, 이탈리아에 한 청년이 있었다. 그에게는 독특한 버릇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고민이 되는 상황마다 동전 던지기를 하여 결정하는 것이었다. 한 때, 그는 두 가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파리의 적십자사로 전근을 가느냐, 아니면 어느 디자이너 가게에서 일하느냐?' 그는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디자이너 샵으로, 뒷면이 나오면 적십자사로 전근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결과는 앞면이 나와 디자이너 샵으로 가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패션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그는 곧 재능을 인정받아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 '크리스챤 디올' 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디올이 죽고 후계자로 지명된 그는 또 다른 선택의기로에서 동전을 던진다. '회사에 남.. 더보기
강원도민일보 칼럼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진정성 마케팅의 세계적인 권위자 ‘제임스 길모어’는 “상품을 팔려고 막 소리치면 고객들은 모두 떠나간다. 그러나 진심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발생한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승객 강제 퇴출 사건은 기업의 윤리경영 및 항공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매우 중대한 사건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번 사건은 기업이 고객의 귀에 대고 소리치는 광고행위와 실제 행동 사이의 괴리가 얼마나 큰 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2013년 ‘Flyer-friendly'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제정한 이후 줄곧 '더 나은 서비스와 기술, 전세계 항로 개척, 새로운 항공기 도입 등 승객 친화적인 기업으로 나갈 수 있는 모든 역량에 투.. 더보기
김경중 칼럼 - 광고천재의 봄 이야기 광고천재의 봄 이야기 30여 년 간 수많은 광고를 만들어 오면서 내가 느낀 광고의 최고 가치는 예술성이다. 물론 이 말은 교과서적으로 보면 반쪽의 정답에 불과하다. 광고는 본질적으로 마케팅의 도구이자 과학과 예술의 유기적인 결합체이기 때문이다. 광고천재 데이비드 오길비를 아는가? 일찍이 1960년 대 애꾸눈 신사를 모델로 한 '헤더웨이' 셔츠 광고 하나로 광고천재란 명성을 얻었고 브랜드 이미지 광고의 창시자가 되었다. 나는 세상의 허다한 광고인 중에서 이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 대학을 가정사정으로 중퇴하고 요리사, 막노동꾼, 농부, 외판원 등 닥치는대로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난 후 여러 광고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실패하고 스스로 창업의 길을 선택하여 대성한 입지전적인 인물이.. 더보기
강원도민일보 칼럼 - 어느 재벌회장의 비밀금고 어느 재벌회장의 비밀금고 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들오리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른 봄 들오리들이 여름을 나기 위해 지중해에서 노르웨이로 날아가다가 중간의 어느 호숫가에서 휴식을 취하게 된다. 며칠 뒤에 들오리들은 다시 목적지를 향해 날아갔지만 한 마리는 집오리들과 어울려 노는데 정신이 팔려 그대로 남았다. 어느날 들오리는 늦었지만 먼저 떠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하늘을 날려고 서둘렀으나 몸이 너무 불어 날 수 없었고 결국은 주인의 식탁에 오르는 최후를 맞고야 말았다.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한 눈을 팔거나 구습의 사슬을 끊어버리지 못해 불행을 자초하게 된 이야기는‘말뚝에 매인 코끼리’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커스단에 팔려 올 때부터 말뚝에 묶여 있던 아기코끼리는 어른이 .. 더보기